화엄경 약찬게 원문 및 해설 : 한국 불교 의식문에 담긴 우주적 비전과 수행 지향성
왜 화엄경 약찬게에 주목해야 하는가?
화엄경(華嚴經)은 “무한히 장엄한 꽃으로 꾸민 불국토”라는 상징적 이미지 속에 불교의 연기·상즉(相卽) 사상을 집약한 경전입니다. 이 방대한 경전 가운데 용수보살(龍樹菩薩)이 핵심 교리를 간추려 게송으로 편집한 것이 바로 ‘화엄경 약찬게(略纂偈)’입니다. 조선 시대 이후 한국 사찰에서는 아침·저녁 예불 때마다 화엄경 약찬게를 독송하며, 한 편의 짧은 찬탄문 속에서 화엄 사상의 핵심을 체득해 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 화엄경 약찬게의 성립 배경과 문헌적 의의
- 화엄경 약찬게 원문 전체와 주석적 화엄경 약찬게 해설
- 수행·실천적 활용법
- 현대 학계의 비판적 쟁점
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으시면 약찬게 한 편이 불교 교리서·수행 지침서·문학 작품이라는 세 얼굴을 어떻게 동시에 지니는지 명확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약찬게 형성 배경과 문헌적 위치
화엄경의 방대함과 농축(濃縮)의 필요
- 화엄경은 80권 34품(漢역본 기준), 게송만 10만 수에 달합니다.
- 초심자에게는 방대한 분량이 장벽이었고, 7~8세기 인도·중국 승려들은 핵심 메시지를 농축한 소품(小品)을 선호했습니다.
- 용수보살이 간추린 약찬게는 이 같은 흐름 위에서 “한 편으로 화엄경 전권을 독송하는 효과”를 노리며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국내 전래와 의식문 편입
- 신라 말 의상대사 법손들이 예불·수륙재·수계의식에서 약찬게를 삽입하며 ‘아침예불 필수 경문’으로 정착시켰습니다.
- 조선 초기 효령대군이 간행한 《월인석보》에도 약찬게 일부가 인용돼, 불교 탄압기에도 신앙·문학·주술적 효용을 지속했습니다.
화엄경 약찬게 원문
大方廣佛華嚴經 龍樹菩薩略纂偈
南無華藏世界海 毘盧遮那眞法身
現在說法盧舍那 釋迦牟尼諸如來
過去現在未來世 十方一切諸大聖
根本華嚴轉法輪 海印三昧勢力故
普賢菩薩諸大衆 執金剛神身衆神
足行神衆道場神 主城神衆主地神
主山神衆主林神 主藥神衆主稼神
主河神衆主海神 主水神衆主火神
主風神衆主空神 主方神衆主夜神
主晝神衆阿修羅 迦樓羅王緊那羅
摩喉羅伽夜叉王 諸大龍王鳩槃茶
乾達婆王月天子 日天子衆兜利天
夜摩天王兜率天 化樂天王他化天
大梵天王光音天 遍淨天王廣果天
大自在王不可說 普賢文殊大菩薩
法慧功德金剛幢 金剛藏及金剛慧
光焰幢及須彌幢 大德聲聞舍利子
及與比丘海覺等 優婆塞長優婆夷
善財童子童男女 其數無量不可說
善財童子善知識 文殊舍利最第一
德雲海雲善侏僧 彌伽解脫與解幢
休舍毘目瞿沙仙 勝熱婆羅慈行女
善見自在主童子 具足優婆明智士
法寶髻長與普眼 無厭足王大光王
不動優婆遍行外 優婆羅華長者人
婆施羅船無上勝 獅子嚬伸婆須密
毘瑟祗羅居士人 觀自在尊與正趣
大天安住主地神 婆珊婆演主夜神
普德淨光主夜神 喜目觀察衆生神
普救衆生妙德神 寂靜音海主夜神
守護一切主夜神 開敷樹華主夜神
大願精進力救護 妙德圓滿瞿婆女
摩耶夫人天主光 遍友童子衆藝覺
賢勝堅固解脫長 妙月長者無勝軍
最寂靜婆羅門者 德生童子有德女
彌勒菩薩文殊等 普賢菩薩微塵衆
於此法會雲集來 常隨毘盧遮那佛
於蓮華藏世界海 造化莊嚴大法輪
十方虛空諸世界 亦復如是常說法
六六六四及與三 一十一一亦復一
世主妙嚴如來相 普賢三昧世界成
華藏世界盧舍那 如來名號四聖諦
光明覺品問明品 淨行賢首須彌頂
須彌頂上偈讚品 菩薩十住梵行品
發心功德明法品 佛昇夜摩天宮品
夜摩天宮偈讚品 十行品與無盡藏
佛昇兜率天宮品 兜率天宮偈讚品
十回向及十地品 十定十通十忍品
阿僧祗品與壽量 菩薩住處佛不思
如來十身相海品 如來隨好功德品
普賢行及如來出 離世間品入法界
是爲十萬偈頌經 三十九品圓滿敎
諷誦此經信受持 初發心時便正覺
安坐如是國土海 是名毘盧遮那佛
위 화엄경 약찬게 원문은 한문·범어음 역어가 혼재되어 있어 난해하지만, 삼세(過去·現在·未來)와 십방(十方)의 부처·보살·천신·용왕 등을 차례로 예경하는 구조입니다. 독송자는 자연스럽게 우주법계 전체를 관(觀)하며 자기 마음을 법계와 일치시키게 됩니다.
약찬게 원문(한·한역 병기)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
大方廣佛華嚴經 龍樹菩薩略纂偈
나무화장세계해 비로자나진법신
南無華藏世界海 毘盧遮那眞法身
현재설법노사나 석가모니제여래
現在說法盧舍那 釋迦牟尼諸如來
과거현재미래세 시방일체제대성
過去現在未來世 十方一切諸大聖
근본화엄전법륜 해인삼매세력고
根本華嚴轉法輪 海印三昧勢力故
보현보살제대중 집금강신신중신
普賢菩薩諸大衆 執金剛神身衆神
족행신중도량신 주성신중주지신
足行神衆道場神 主城神衆主地神
주산신중주림신 주약신중주가신
主山神衆主林神 主藥神衆主稼神
주하신중주해신 주수신중주화신
主河神衆主海神 主水神衆主火神
주풍신중주공신 주방신중주야신
主風神衆主空神 主方神衆主夜神
주주신중아수라 가루라왕긴나라
主晝神衆阿修羅 迦樓羅王緊那羅
마후라가야차왕 제대용왕구반다
摩喉羅伽夜叉王 諸大龍王鳩槃茶
건달바왕월천자 일천자중도리천
乾達婆王月天子 日天子衆兜利天
야마천왕도솔천 화락천왕타화천
夜摩天王兜率天 化樂天王他化天
대범천왕광음천 변정천왕광과천
大梵天王光音天 遍淨天王廣果天
대자재왕불가설 보현문수대보살
大自在王不可說 普賢文殊大菩薩
법혜공덕금강당 금강장급금강혜
法慧功德金剛幢 金剛藏及金剛慧
광염당급수미당 대덕성문사리자
光焰幢及須彌幢 大德聲聞舍利子
급여비구해각등 우바새장우바이
及與比丘海覺等 優婆塞長優婆夷
선재동자동남녀 기수무량불가설
善財童子童男女 其數無量不可說
선재동자선지식 문수사리최제일
善財童子善知識 文殊舍利最第一
덕운해운선주승 미가해탈여해당
德雲海雲善侏僧 彌伽解脫與解幢
휴사비목구사선 승열바라자행녀
休舍毘目瞿沙仙 勝熱婆羅慈行女
선견자재주동자 구족우바명지사
善見自在主童子 具足優婆明智士
법보계장여보안 무염족왕대광왕
法寶髻長與普眼 無厭足王大光王
부동우바변행외 우바라화장자인
不動優婆遍行外 優婆羅華長者人
바시라선무상승 사자빈신바수밀
婆施羅船無上勝 獅子嚬伸婆須密
비슬지라거사인 관자재존여정취
毘瑟祗羅居士人 觀自在尊與正趣
대천안주주지신 바산바연주야신
大天安住主地神 婆珊婆演主夜神
보덕정광주야신 희목관찰중생신
普德淨光主夜神 喜目觀察衆生神
보구중생묘덕신 적정음해주야신
普救衆生妙德神 寂靜音海主夜神
수호일체주야신 개부수화주야신
守護一切主夜神 開敷樹華主夜神
대원정진력구호 묘덕원만구바녀
大願精進力救護 妙德圓滿瞿婆女
마야부인천주광 변우동자중예각
摩耶夫人天主光 遍友童子衆藝覺
현승견고해탈장 묘월장자무승군
賢勝堅固解脫長 妙月長者無勝軍
최적정바라문자 덕생동자유덕녀
最寂靜婆羅門者 德生童子有德女
미륵보살문수등 보현보살미진중
彌勒菩薩文殊等 普賢菩薩微塵衆
어차법회운집래 상수비로자나불
於此法會雲集來 常隨毘盧遮那佛
어련화장세계해 조화장엄대법륜
於蓮華藏世界海 造化莊嚴大法輪
시방허공제세계 역부여시상설법
十方虛空諸世界 亦復如是常說法
육육육사급여삼 일십일일역부일
六六六四及與三 一十一一亦復一
세주묘엄여래상 보현삼매세계성
世主妙嚴如來相 普賢三昧世界成
화장세계노사나 여래명호사성제
華藏世界盧舍那 如來名號四聖諦
광명각품문명품 정행현수수미정
光明覺品問明品 淨行賢首須彌頂
수미정상게찬품 보살십주범행품
須彌頂上偈讚品 菩薩十住梵行品
발심공덕명법품 불승야마천궁품
發心功德明法品 佛昇夜摩天宮品
야마천궁게찬품 십행품여무진장
夜摩天宮偈讚品 十行品與無盡藏
불승도솔천궁품 도솔천궁게찬품
佛昇兜率天宮品 兜率天宮偈讚品
십회향급십지품 십정십통십인품
十回向及十地品 十定十通十忍品
아승지품여수량 보살주처불부사
阿僧祗品與壽量 菩薩住處佛不思
여래십신상해품 여래수호공덕품
如來十身相海品 如來隨好功德品
보현행급여래출 이세간품입법계
普賢行及如來出 離世間品入法界
시위십만게송경 삼십구품원만교
是爲十萬偈頌經 三十九品圓滿敎
풍송차경신수지 초발심시변정각
諷誦此經信受持 初發心時便正覺
안좌여시국토해 시명비로자나불
安坐如是國土海 是名毘盧遮那佛
화엄경 약찬게 원문 구조별 요점 화엄경 약찬게 해설
1) 삼신·이불(三身·二佛) 찬탄
- “南無華藏世界海 毘盧遮那眞法身” :
- 비로자나불 = 법신(法身). 모든 존재의 근원인 공(空)의 진리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 “화장세계해”는 연꽃 형상으로 장엄된 법계로, 불·중생·세계가 서로 ‘즉(卽)’임을 암시합니다.
2) 십신(十神)·팔부(八部) 호법 찬탄
- 강·산·림·약·가(穀)·불·풍 등 자연신과 아수라·가루라·야차 같은 호법신을 호명합니다.
- 이는 “법계에서 소외된 존재가 없다”는 화엄적 상입·상즉(相入·相卽) 사유를 드러냅니다.
3) 선재동자 53선지식 일람
- “善財童子童男女 其數無量不可說” 이하 구절은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선재동자의 수행 여정을 압축 서사로 제시합니다.
- 선재는 53인 스승을 찾아 깨달음의 다양성·포용성을 체험합니다. 약찬게는 이 서사를 통해 “내가 곧 선재이며, 세상 모든 인연이 내 스승”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4) 화엄 39품·10만 게송 대조목
- *“六六六四及與三 一十一一亦復一”*처럼 숫자 암호가 이어지는 부분은
- 39품 체계와 10만 게송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수비학적 장치입니다.
- 한 구절에 경문 전체 도식을 새겨 ‘한 글자도 낭비하지 않는’ 대비(對比)미가 돋보입니다.
5) 수행·신행 권유
- “諷誦此經信受持 初發心時便正覺”
- “처음 발심만 해도 즉시 정각을 얻는다”는 직설은, 화엄종 특유의 원돈(圓頓) 사상을 요약합니다.
- ‘독송 → 관조 → 행(行)’ 삼위일체 수행을 촉구하는 대목입니다.
현대적 의미와 실천 방안
① 일상 독송의 이점
- 한글·한문 병독(倂讀)을 통해 소리·의미·리듬을 동시에 체득 → 마음챙김 명상 효과.
- ‘불·보살·중생 평등’이라는 화엄 정신이 일상적 차별·혐오를 다스리는 윤리적 나침반 역할.
② 명상 도구로서의 활용
- 호흡과 함께 → 첫 구절 “나무 화장세계해” 들숨, “비로자나진법신” 날숨.
- 시각화(Visualization) → 구마다 대응 신중(神衆)을 빛·색으로 이미지화하여 ‘법계 만다라’로 확장.
- 자기 서원 작성 → “보현행” 구절에서 개인적 대원(大願)을 문장으로 적어 매일 확인.
③ 학술적·비판적 쟁점
- 용수보살 찬술설 : 산스크리트 원본 부재, 후대 중국 편찬설이 대세.
- 상호문화 비교 : 도교 『도장(道藏)』 예장(禮章) 속 황로(黃老) 찬문과 구조·음률 유사 → 당대 의식문 교류 가능성.
- 젠더 관점 비평 : 대부분 남성 호명이나, “미가해탈여해당(瞿婆女)” 등 여성 수행자도 일부 포함 → 성평등 담론의 초석으로 재조명 가치.
결론 – 한 편의 게송, 무한한 불국토
약찬게는 불교 교리서·예배 의식·문학 작품이라는 세 역할을 겸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종교문화사에 독보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 교리적으로는 화엄경 전권을 망라(網羅)한 초축본이자, 원돈교(圓頓敎)의 선언문입니다.
- 의례적으로는 조선 불교 생존기를 지탱한 신행 실천서이며, 오늘날 사찰·가정불단에서 깨달음의 촉매로 기능합니다.
- 문학적으로는 수·의미·음률이 정밀하게 설계된 압축 서사시로 평가받습니다.
당신이 다음 예불 때 약찬게를 독송할 때, “내가 불이고 세계가 곧 내 마음”이라는 화엄의 메시지가 음성·호흡·의식 속에서 살아날 것입니다. 그때 잠깐이라도 ’화장세계’와 일상 속 고단함이 둘이 아님을 체험하신다면, 이미 약찬게는 당신 안에서 완성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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